[이재무] 양수리/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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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리/이재무
한방울 물로 태어나
울퉁불퉁 생의 바닥 기어오는 동안
깜냥대로 잔물결 일으키기도 하고
허무하게 스러지기도 하면서
키운 꽃 몇송이나 될까
실비처럼 어둠 내리는 늦가을 저녁
양수리에 와서 먼지 낀, 차 창문 내리고
뫼비우스의 띠인 양 수만 마리 꼬리 문
독 없는 뱀의 물결을 본다
들썩이는 물의 비늘과
팽팽하게 부풀다 꺼지는 물의 뱃가죽
햇살 다녀가, 적당히 달아오른 물의 꼬리는
똬리를 튼다, 거기 목 졸린 사랑이 있다
서로 밀치고 당기면서 입맞추고
아무나 몸 포개 새끼를 치는 물의 나라,
한방울 정한 물로 태어났으나
자라 유유상종 급수에도 끼지 못하는
저 발 없는 물의 주민들,
합수, 저것은 지우는 경계가 아니라
지워지는 경계 아닌가
골짜기의 맑고 순한 눈빛으로 이제
저들은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 『저녁 6시』(창비, 2007)
한방울 물로 태어나
울퉁불퉁 생의 바닥 기어오는 동안
깜냥대로 잔물결 일으키기도 하고
허무하게 스러지기도 하면서
키운 꽃 몇송이나 될까
실비처럼 어둠 내리는 늦가을 저녁
양수리에 와서 먼지 낀, 차 창문 내리고
뫼비우스의 띠인 양 수만 마리 꼬리 문
독 없는 뱀의 물결을 본다
들썩이는 물의 비늘과
팽팽하게 부풀다 꺼지는 물의 뱃가죽
햇살 다녀가, 적당히 달아오른 물의 꼬리는
똬리를 튼다, 거기 목 졸린 사랑이 있다
서로 밀치고 당기면서 입맞추고
아무나 몸 포개 새끼를 치는 물의 나라,
한방울 정한 물로 태어났으나
자라 유유상종 급수에도 끼지 못하는
저 발 없는 물의 주민들,
합수, 저것은 지우는 경계가 아니라
지워지는 경계 아닌가
골짜기의 맑고 순한 눈빛으로 이제
저들은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 『저녁 6시』(창비,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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