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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선풍기/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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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53회 작성일 2025-05-30 08:16:2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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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이재무

 한여름 내내 수도 없이 발가락으로 선풍기를 켜고 끄면서 사랑도 이렇게 켜고 끌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을 노예처럼 부리는 일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다가 선풍기는 수요만큼 공급하는 이상적인 바람 공장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위아래로 몇 번 끄덕이다가 세상의 모든 도는 것들이 오른쪽을 고집하는 것은 지구의 자전과 상관이 있을 거라 생각하다가 선풍기를 처음 만든 이는 휴머니스트이었을 거라는 추측에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도대체 선풍기처럼 단순하게 세상을 살 수 있는 인간도 있을까 혀를 끌끌 차다가 혹여 내 인생을 하나님께서 선풍기처럼 켜고 끄며 관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갑자기 속이 더위져 바람의 세기를 한 단계 높이게 되었다.

- 『데스밸리에서 죽다』(천년의시작,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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