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재] 산성 눈 내리네/이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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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 눈 내리네/이문재
산성 눈 내린다
12월 썩은 구름들 아래
병실 밖의 아이들이 놀다 간다
성가의 후렴들이 지워지고
산성 눈 하얗게 온 세상 덮고 있다
하마터면 아름답다고 말할 뻔했다
캄캄하고 고요하다
그러고 보면 땅이나 하늘
자연은 결코 참을성이 있는 게 아니다
산성 눈 한 뼘이나 쌓인다 폭설이다
당분간은 두절이다
우뚝한 굴뚝, 은색의 바퀴들에
그렇다. 무서운 이 시대의 속도에 치여
내 몸과 마음의 서까래
몇 개 소리 없이 내려앉는다
쓰러져 숨 쉬다 보면
실핏줄 속으로 모래 같은 것들 가득
고인다 산성 눈 펑펑 내린다
- 『산책시편』(민음사, 1993)
산성 눈 내린다
12월 썩은 구름들 아래
병실 밖의 아이들이 놀다 간다
성가의 후렴들이 지워지고
산성 눈 하얗게 온 세상 덮고 있다
하마터면 아름답다고 말할 뻔했다
캄캄하고 고요하다
그러고 보면 땅이나 하늘
자연은 결코 참을성이 있는 게 아니다
산성 눈 한 뼘이나 쌓인다 폭설이다
당분간은 두절이다
우뚝한 굴뚝, 은색의 바퀴들에
그렇다. 무서운 이 시대의 속도에 치여
내 몸과 마음의 서까래
몇 개 소리 없이 내려앉는다
쓰러져 숨 쉬다 보면
실핏줄 속으로 모래 같은 것들 가득
고인다 산성 눈 펑펑 내린다
- 『산책시편』(민음사,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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