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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 고집 센 염소/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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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회 작성일 2025-04-30 11:38:4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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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 센 염소/이창수

몇 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 보니
한 마리 염소만 남아 빈집을 지키고 있다
근처 풀밭으로 염소를 몰고 가는데
콩밭이며 고구마밭 눈에 보이는 대로 달려든다
여린 잎사귀부터 기시 돋힌 아카시아 줄기까지
닥치는 대로 집어삼켜야 직성이 풀리는
욕망의 관을 쓴 염소
이놈의 고삐를 팽팽하게 당기다 보니
나를 고집 센 염소로 비유하던 어머니 생각이 난다
껍질부터 뿌리까지 송두리째 던져주고도
게걸스럽게 자신을 먹어치우는
내 욕망의 관 용케도 받아주시던
언제나 가슴 속 푸른 풀밭으로 남아 있는 어머니
자꾸만 벼이삭을 향해 달려드는
저 한 마리 고집 센 염소
회초리로 내려치며 운다
용서해다오 용서해다오

 - 『물오리 사냥』(천년의시작,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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