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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 해남행 완행버스/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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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회 작성일 2025-04-30 11:36: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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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행 완행버스/이창수

해남행 완행버스를 기다린다
제 시간에 오지 않는 버스를 탓하며
설탕 맛으로 커피를 홀짝거린다
하나둘 빈자리 찾는 사람들이
자신보다 무거운 짐을 싣고
마른 담뱃잎 같은 혀를 내밀고 잠에 든다
앞 유리창에 소망하는 마을의 이름을 달고
어눌한 표정으로 길 떠날 차비 꾸리는
해남행 완행버스
느릿느릿 목적지도 없이 길 떠나는 새벽
창밖 웃자란 풀들이 머리를 가로젓는다
보퉁이에서 삐져나온 풋나물처럼
금방 시들어버릴 표정으로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혼자서 자라는 들녘의 푸른 풀들아!
바람아!

-  『귓속에서 운다』(실천문학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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