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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숙] 허수아비/이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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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회 작성일 2025-04-30 11:25:2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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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이민숙
  ㅡ 자화상

흔들흔들 허청허청
내 고향은 가을도 꽉 찬 들판
새떼들도 품에 들면 떠날 줄 몰라
따ㅡ악, 딱총을 맞고야 마는,
철퍼덕 풍성! 하며 놀다가
밥 먹는 일은 설핏 잊어버려도 좋아
하도 화사해서 가을만 종일 쫓느라
인디언처럼 붉게 익어버리곤 하는,
온몸이 녹초가 되도록 삐쩍 마른 외다리
하염없이 흔들거리기가 내 취미
도망가는 참새떼 질투하며
구름에 삿대질하기야 내 특기
찬란한 허공 바라보다가 마음 바스러뜨리기는 내 천성
그렇게, 나를 낳아준 붉은 갈대는 떠났다네
내 사랑은 늦가을도 텅 빈 들판
온종일 노래 불러도 바람밖에 오지 않고
온맘으로 춤춰도 노을밖엔 들지 않는
허옇게 눈 내리는 그런 날이면
그대랑 꼭 껴안고 잠드는 열망의 서녘
한 풍경으로 전부인 생의 석탑 앞,
빈 편지처럼 놓였다가 후여 날아가는
저 행간,
쇠락한 한로의 이슬
몇 방울,

 - 『동그라미, 기어이 동그랗다』(도서출판 애지,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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