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택] 빈집/윤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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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윤성택
먼지 낀 고지서가 편지함에 물려 있다
기억조차 텅 빈 이름들,
비포장도로 끝에서 불어와
빈 농약병 소도록한 뒷마당을 지난다
무너진 담장 넘어
녹슨 자물쇠를 비틀어보면
마루 밑
그늘이 숨죽이고,
마당 가운데
웃자란 잡초들
삐걱대는 대문을 향해 귀를 댄다
뒷산 대숲을 파랗게 굽이치는 참새 떼
점점이 날아오르면
나방 한 마리,
소인(消印)처럼 거미줄에 걸려
흔들리고 있다
- 『리트머스』(문학동네, 2006)
먼지 낀 고지서가 편지함에 물려 있다
기억조차 텅 빈 이름들,
비포장도로 끝에서 불어와
빈 농약병 소도록한 뒷마당을 지난다
무너진 담장 넘어
녹슨 자물쇠를 비틀어보면
마루 밑
그늘이 숨죽이고,
마당 가운데
웃자란 잡초들
삐걱대는 대문을 향해 귀를 댄다
뒷산 대숲을 파랗게 굽이치는 참새 떼
점점이 날아오르면
나방 한 마리,
소인(消印)처럼 거미줄에 걸려
흔들리고 있다
- 『리트머스』(문학동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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