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을 잃다 / 이재무 > 아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724
어제
667
최대
3,544
전체
297,610
  • H
  • HOME

 

[이재무] 신발을 잃다 / 이재무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375회 작성일 2025-01-30 10:49:08 댓글 0

본문

신발을 잃다 / 이재무
 

소음 자욱한 술집에서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고
한참을 즐기다 나오는데 신발이 없다
눈 까뒤집고 찾아도 도망간 신발 돌아오지 않았다
돈 들여 장만한 새 신 아직도 길도 들이지 않았는데
감쪽같이 모습 감춘 것이다 타는 장작불처럼
혈색 좋은 주인 넉살 좋게 허허허 웃으며 건네는
누군가 버리고 간 다 해진 것 대충 걸쳐
문밖 나가서려는데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찬바람,
그러잖아도 흥분으로 얼얼해진 뺨
사정없이 갈겨버린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구멍난 양심에 있는 악담 없는 저주 퍼부어대도
맺혀던 분 쉬이 풀리지 않는데
어느만큼 걷다보니 문수 맞아 만만한 신
거짓말처럼 발에 가볍다
투덜대는 마음 읽어내고서는 발이 시키는 대로
다소곳한 게 여간 신통방통하지가 않다
그래 생각을 고치자
본래부터 내 것 어디 있으며 네 것이라고 영원할까
잠시 빌려쓰다가 제자리에 놓고 가는 것
우리네 짧은 설운 일생인 것을
새 신 신고 갔으니 구린 것 밟지 말고
새 마음으로 새 길 걸어 정직하게 이력 쌓기 바란다
나는 갑자기 새로워진 헌 신발로, 스스로의 언약을
때마침 내리기 시작한 새 눈
인주 삼아 도장 꾹꾹 내려찍으며
영하의 날씨 대취했으나 반듯하게 걸어 집으로 간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