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무] 신촌에서/윤병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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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에서/윤병무
추적추적 비 내리는 한밤의 거리
뒤돌아보면 아직도 서 있는 여인
우산 속으로 파고드는 빗방울처럼
불 꺼진 만두집 차양 아래
캐시밀론 담요 뒤집어쓰고 서 있는
나이 든 여인이여
어찌하여 이 지경이 되었습니까
이 비 그치면 겨울인데
남자도 힘들 노숙(露宿)을 또 어찌 감당하려고요
당신 오래 걸어온 길 궁금해
그대로 거슬러 가보고 싶습니다,
라고 혼자 말하려다 맙니다
그 길, 비릴 길들을 따라 가다가
한 움큼의 제 안위(安胃) 잃어버릴까 불안해
차마 말 못합니다
자꾸 뒤돌아봐지지만
당신은 남고 저는 갑니다
미안합니다
- 『고단』(문학과지성사, 2013)
추적추적 비 내리는 한밤의 거리
뒤돌아보면 아직도 서 있는 여인
우산 속으로 파고드는 빗방울처럼
불 꺼진 만두집 차양 아래
캐시밀론 담요 뒤집어쓰고 서 있는
나이 든 여인이여
어찌하여 이 지경이 되었습니까
이 비 그치면 겨울인데
남자도 힘들 노숙(露宿)을 또 어찌 감당하려고요
당신 오래 걸어온 길 궁금해
그대로 거슬러 가보고 싶습니다,
라고 혼자 말하려다 맙니다
그 길, 비릴 길들을 따라 가다가
한 움큼의 제 안위(安胃) 잃어버릴까 불안해
차마 말 못합니다
자꾸 뒤돌아봐지지만
당신은 남고 저는 갑니다
미안합니다
- 『고단』(문학과지성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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