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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봉] 구절초 꽃술/이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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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0회 작성일 2025-04-24 08:23:3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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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 꽃술/이은봉

구절초 꽃술 속으로 스며들고 싶을 때 있다 한 마리 꿀벌로 놀고 싶을 때 있다

중학교 때 냇둑길 따라 집으로 돌아오면서 모자 깃에 예쁘게 꽂기도 했던 꽃

구절초 꽃술 속으로 눕고 싶을 때 있다 꽃향기에 취해 깊이 잠들고 싶을 때 있다

구절초 꽃술을 언제나 마음 열어주는 것 아니다 어디서나 옷고름 풀어주는 것 아니다

단단히 여미고 있는 젖가슴, 더욱 단단히 여미고 있는 제석산 산자락, 구절초 꽃술들 보아라

구절초 꽃술 속으로 마냥 뒹굴고 싶을 때 있다 뒹굴며 한세상 잊고 싶을 때 있다

꽃술이 되고, 꽃자루가 되고, 꽃받침이 되어 한바탕 꽃향기로 흩날리고 싶을 때 있다.

 ​- 이은봉,『걸레옷을 입은 구름』(실천문학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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