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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원] 한 잎의 여자/오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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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0회 작성일 2025-04-20 20:40: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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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잎의 여자/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病身 같은 여자, 詩集 같은 여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 『한 잎의 여자』(문학과지성사,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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