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달팽이/이대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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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이대흠
검고 뭉툭한 껍질을 끌고
달팽이 한 마리 바닥을 기어간다
보도블록의 잔틈도 손톱만한 돌조각도
그에겐 난간이다
길게 몸 빼어 튀어나온 촉수를 허우적거리며
기어가는 그
사람들은 길의 일부만 디디며 성큼성큼 앞질러가고
그는 한사코 길의 체온을 몸에 담으려는 듯
온몸으로 바닥을 껴안고 간다
울어 촉촉한 촉수를 하늘 향해 치켜세우고
두려운 듯 그러나
아무리 거친 길이더라도 아프더라도
기어이 헤쳐가는 그
딸랑거리는 동전 그릇을 버겁게 밀며
십이월 언 나뭇가지 같은 차가운 길을
절하며 고개 조아리며 나아가는 달팽이 한 분
- 『귀가 서럽다』(창비, 2010)
검고 뭉툭한 껍질을 끌고
달팽이 한 마리 바닥을 기어간다
보도블록의 잔틈도 손톱만한 돌조각도
그에겐 난간이다
길게 몸 빼어 튀어나온 촉수를 허우적거리며
기어가는 그
사람들은 길의 일부만 디디며 성큼성큼 앞질러가고
그는 한사코 길의 체온을 몸에 담으려는 듯
온몸으로 바닥을 껴안고 간다
울어 촉촉한 촉수를 하늘 향해 치켜세우고
두려운 듯 그러나
아무리 거친 길이더라도 아프더라도
기어이 헤쳐가는 그
딸랑거리는 동전 그릇을 버겁게 밀며
십이월 언 나뭇가지 같은 차가운 길을
절하며 고개 조아리며 나아가는 달팽이 한 분
- 『귀가 서럽다』(창비,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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