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국] 파도가 애월이라고 소리치던/오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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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애월이라고 소리치던/오정국
- 제주시편(詩篇) · 2
전생의 한 시절을 여기서 살았던 듯
걷잡을 수 없는 울음이 터지고
울음의 웅덩이가 발끝에 고이고
햇덩이는 공중에서 징처럼 빛났습니다
물은
달의 에움길을 따라서
달빛이 깎아 낸 벼랑길을 지나서
내륙의 늑골을 파고들고 있었지요
먼바다의 풍랑을 거쳐서
여기 와서야 선명해지는 물빛처럼
내 그렇게 전생을 살았던 듯
검은 바위에 얹힌 물이
양동이처럼 찌그러지며
애월, 애월이라고 소리쳤어요
석양의 묘비들은 금빛으로 타올랐구요
오름길 곳곳의 분화구는
꽃받침 같았는데
일몰의 꽃받침을 깔고 앉아서
먼마다 물결에 넋을 주고 있었을 때,
내 캄캄한 후생의 얼굴들이
겹겹의 파도로 떠밀려 왔습니다
- 『눈먼 자의 동쪽』(민음사, 2016)
- 제주시편(詩篇) · 2
전생의 한 시절을 여기서 살았던 듯
걷잡을 수 없는 울음이 터지고
울음의 웅덩이가 발끝에 고이고
햇덩이는 공중에서 징처럼 빛났습니다
물은
달의 에움길을 따라서
달빛이 깎아 낸 벼랑길을 지나서
내륙의 늑골을 파고들고 있었지요
먼바다의 풍랑을 거쳐서
여기 와서야 선명해지는 물빛처럼
내 그렇게 전생을 살았던 듯
검은 바위에 얹힌 물이
양동이처럼 찌그러지며
애월, 애월이라고 소리쳤어요
석양의 묘비들은 금빛으로 타올랐구요
오름길 곳곳의 분화구는
꽃받침 같았는데
일몰의 꽃받침을 깔고 앉아서
먼마다 물결에 넋을 주고 있었을 때,
내 캄캄한 후생의 얼굴들이
겹겹의 파도로 떠밀려 왔습니다
- 『눈먼 자의 동쪽』(민음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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