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임영조 > 아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745
어제
1,763
최대
3,544
전체
301,820
  • H
  • HOME

 

[임영조] 간/임영조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21회 작성일 2025-04-20 20:10:58 댓글 0

본문

간/임영조

푸성귀는 간할수록 기죽고
생선은 간할수록 뻣뻣해진다
재앙을 만난 생의 몸부림
적멸의 행간은 왜 그리 먼가

여말에 요승이 임금 업고 까불 때
간 잘 맞춘 임박은 승지가 되고
간하던 내 선조 임향은 괘씸죄 쓰고
남포 앞 죽도로 귀양 가 소금이 됐다

세상에 간 맞추며 사는 일
세상에 스스로 간이 되는 일
한 입이 내는 奸과 諫 차이
한 몸속 肝과 幹 사이는 그렇게 먼가

꼴뚜기는 곰삭으면 무너지지만
멸치는 무너져도 뼈는 남는다
꽁치 하나 굽는데도 필요한 소금
과하면 짜고 모자라면 싱거운
간이란 그 이름을 세워주는 毒이다
간이 맞아야 입맛이 도는
입맛이 돌아야 살맛나는 세상에
그 어려운 소금맛을 늬들이 알어?

- 『시인의 모자』(창작과비평사, 200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