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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조] 고백/임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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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6회 작성일 2025-04-20 20:10:3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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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임영조

저 지난가을 어느날
야생의 너와 만나던 순간
나는 대뜸 첫눈에 반했다
휘는 듯 곧고 푸른 절개와
새침한 듯 서늘한 자태가 좋아
내 마음속 빈터에 너를 심었다
허나 너는 삼동 내내 언 가슴 닫고
말을 일절 삼가고 침묵하더니
연둣빛 유두 하나 내놓고 또다시 침묵
내 깊은 心處에 그리움만 키웠다
그리움도 터지면 꽃이 되는가?
별러온 사랑 오늘사 고백하듯
혼신으로 피워내는 명명한 절창
청향 진한 몸내로 세상을 여는
오, 이름없는 춘란꽃이여!
(나는 너무 쉽게 시를 써왔다)
그래 너는 얼마나 아프냐?
일생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게
얼마나 쓸쓸하고 서러운 축복이냐?
나는 당장 네 꽃술 속에 들어가
남은 생을 수펄처럼 잉잉잉
내가 대신 아프고 싶다
내 슬픔 골라 읽는 애독자처럼.

- ​『귀로 웃는 집』(창작과비평사,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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