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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조] 염소를 찾아서 3/임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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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7회 작성일 2025-04-20 20:10: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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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를 찾아서  3/임영조

고2 때 기말시험 보던 날
납부금 안 냈다고 쫓겨난 나는
고향집에 내려가 식구들 몰래
새끼 밴 염소를 내다팔았다

간재재 넘어 삼십여 리 길
팔려가는 낌새를 알아차린 듯
거품 물고 버티며 울부짖던 염소를
판교장에 끌고 가 헐값 받고 팔았다

삼십 년 지난 오늘
이제야 비로소 깨닫느니
내가 염소를 내다판 게 아니라
염소가 나를
대처에 내다판 걸 알았다

이 고달픈 生을
어디에 안녕히 부려놓지 못하고
세월의 볼모처럼 덜미잡힌 채
날마다 헐레벌떡 끌려온 내가
굴레 쓴 노역의 염소임을 알았다.

 - 임영조,『갈대는 배후가 없다』(세계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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