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조] 염소를 찾아서 1/임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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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를 찾아서 · 1/임영조
사시장철 검은 망토
하관은 빨아 박복한 턱에
재래식 수염 기르고, 종종
풍월을 읊는 소문난 음치
그 한심한 건달을 아시는지요
남이야 바쁘든 말든
자고새면 들녘이나 냇가로 나가
유유자적 하루 해를 축내는 行者
해 지면 제 그림자 밟고 돌아와
절망절망 고독을 씹는
그 하릴없는 축생을 아시는지요
참으로 딱한 한량이, 실은
먼 옛날 大國에서 흘러들어온
글줄이나 했다는 귀족의 후예
여말에 藍浦縣 외딴섬
竹島로 귀양갔다 풀려나, 그 길로
羊角山 기슭 박토에 말뚝 박고
대대로 농사짓고 달빛 받아 글 읽던
청빈한 백면서생의 후예
그를 아시는지요
뿔은 세우되 冠으로 쓸 뿐
수염은 기르되 뽐내지 않고
식사 때는 으레 어깨부터 낮추는
누추한 처소도 탓하지 않는 샌님
억지로 목줄을 당기면
오히려 완강히 저항하는 외고집
개같이 아부할 줄 모르고
돼지같이 과욕할 줄 모르고
고양이같이 교활할 줄 모르는
그래서 늘 외롭고 검소한 축생
그를 이젠 아셨는지요?
- 『갈대는 배후가 없다』(세계사, 1992)
사시장철 검은 망토
하관은 빨아 박복한 턱에
재래식 수염 기르고, 종종
풍월을 읊는 소문난 음치
그 한심한 건달을 아시는지요
남이야 바쁘든 말든
자고새면 들녘이나 냇가로 나가
유유자적 하루 해를 축내는 行者
해 지면 제 그림자 밟고 돌아와
절망절망 고독을 씹는
그 하릴없는 축생을 아시는지요
참으로 딱한 한량이, 실은
먼 옛날 大國에서 흘러들어온
글줄이나 했다는 귀족의 후예
여말에 藍浦縣 외딴섬
竹島로 귀양갔다 풀려나, 그 길로
羊角山 기슭 박토에 말뚝 박고
대대로 농사짓고 달빛 받아 글 읽던
청빈한 백면서생의 후예
그를 아시는지요
뿔은 세우되 冠으로 쓸 뿐
수염은 기르되 뽐내지 않고
식사 때는 으레 어깨부터 낮추는
누추한 처소도 탓하지 않는 샌님
억지로 목줄을 당기면
오히려 완강히 저항하는 외고집
개같이 아부할 줄 모르고
돼지같이 과욕할 줄 모르고
고양이같이 교활할 줄 모르는
그래서 늘 외롭고 검소한 축생
그를 이젠 아셨는지요?
- 『갈대는 배후가 없다』(세계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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