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영] 서른 살을 기다리며/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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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을 기다리며/이선영
서른 살이 되는 그날 아침은 분주하리라
거울 앞에서 새로이 몸단장을 하리라
서른 다발의 꽃과 좋아하는 음악으로
서른번째 생일을 자축하리라
그 첫날 아침엔
스무 살 이후 금지되었던 내 모든 장난들을 풀어놓으리라
무기한 감금되었던 내 모든 죄수들을 방면하리라
아무것도 무서워 하지 않으리라
낡아서 마음껏 잡음을 내는 라디오처럼 살리라
낡고 낡아서
더 이상 낡을 수 없어서
이윽고 주인의 손에서 벗어나
한데에 버려지는 물건처럼
비로서 나의 삶을 살아가리라
- 『오, 가엾은 비눗갑들』(문학동네, 2021)
서른 살이 되는 그날 아침은 분주하리라
거울 앞에서 새로이 몸단장을 하리라
서른 다발의 꽃과 좋아하는 음악으로
서른번째 생일을 자축하리라
그 첫날 아침엔
스무 살 이후 금지되었던 내 모든 장난들을 풀어놓으리라
무기한 감금되었던 내 모든 죄수들을 방면하리라
아무것도 무서워 하지 않으리라
낡아서 마음껏 잡음을 내는 라디오처럼 살리라
낡고 낡아서
더 이상 낡을 수 없어서
이윽고 주인의 손에서 벗어나
한데에 버려지는 물건처럼
비로서 나의 삶을 살아가리라
- 『오, 가엾은 비눗갑들』(문학동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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