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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 구름 비가/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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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2회 작성일 2025-04-20 10:58:2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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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비가/이선영

가을 하늘에 비누 거품처럼 물씬 피어오른 구름
그 속에 빠져 거품 휘저으며 발장구 치고 싶은 구름
그 위를 가볍게 올라타 입바람을 불어 대며 놀리고 싶은 구름
단풍구름 홍초구름 억새구름

구름이고 싶지 않다,
천둥치거나 벼락치는 날의 들이치는 주먹구름
우박이나 장대비로 쏟아져 내리는 땡비구름
분노구름 슬픔구름 음울구름

구름이고 싶지 않다,
아프리카의 굶주린 아이들이 떠내려가는 팝콘처럼 바라보는 구름
시리아의 상처 난 아이들이 풀어져 나간 붕대처럼 바라보는 구름
아파트 옥상이나 바위 꼭대기에 올라선 사람들이 놓친 구명정인 듯 바라보는 구름

이런 구름이고 싶다,
오 마가쟁 드 누보테스의 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격형의내부를 지나
옥상정원에 올라서 날자 날자꾸나, 날개도 없이 날갯짓하는
이상이라는 이상한 새의 발을 받쳐 주는 구름
아름다웠던 소풍 끝내고 하늘로 돌아가는 천상 시인의 넋을 거뜬히 업어다 주는 구름

- 『60조각의 비가』(민음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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