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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라] 들꽃/이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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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7회 작성일 2025-04-20 10:29:2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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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사라

꽃 한 송이
식탁 위에서 고요하다

추억은 힘이 없다

내 손에 꺾여
여기까지 와서 시드는
가장 아름다웠던 들꽃
먼 길을 왔다

추억으로 가는 길은 힘이 든다

들꽃 들판에 내가 걸어가고 있었지
길을 잃지 않으려고 길을 내고 있었지
들꽃 사이에서
들꽃 가득 핀 들판에서
목이 꺾인 들꽃이 길을 내고 있었지
불운한 들꽃의 죽음으로 완성되는 길을 나는 걸어갔지
키 큰 나무 한 그루
다른 들꽃 세상을 위해 길을 낸 들꽃을 추모하고 있었지

추억도 힘이 된다

뿌리 뽑히는 아픔도
아픔을 넘으면
아픔 아니게 된다

들꽃 한 송이
식탁에서 도인(道人)처럼 자기 길을 내고 있다

- ​『가족박물관』(문학동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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