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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원태] 노래/엄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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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4회 작성일 2025-04-18 09:27:0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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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엄원태

가설식당 그늘 늙은 개가 하는 일은
온종일 무명 여가수의 흘러간 유행가를 듣는 일

턱까지 땅에 대고 엎드려 가만히 듣고
심심한 듯 벌렁 드러누워 멀뚱멀뚱 듣는다

곡조의 애잔함 부스스 빠진 털에 다 배었다
희끗한 촉모 몇 올까지 마냥 젖었다

진작 목줄에서 놓여났지만, 어슬렁거릴 힘마저 없다
눈곱 낀 눈자위 그렁그렁, 가을 저수지 같다
뼛속까지 사무친다는 게 저런 것이다

저 개는 다음 어느 생에선가 필시 가수로 거듭날 게다
노래가 한 생애를 수술 바늘처럼 꿰뚫었다

-  『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창비,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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