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폭설, 그 이튿날/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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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그 이튿날/안도현
눈이 와서,
대숲은 모처럼 누웠다
대숲은 아주 천천히
눈이 깔아놓은 구들장 속으로 허리를 들이밀었을 것이다
아침 해가 떠올라도 자는 척,
게으른 척,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은
밤새 발이 곱은 참새들
발가락에 얼음이 다 풀리지 않았기 때문
참새들이 재재거리며 대숲을 다 빠져나간 뒤에
대숲은 눈을 툭툭 털고
일순간, 벌떡 일어날 것이다
-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현대문학북스, 2001)
눈이 와서,
대숲은 모처럼 누웠다
대숲은 아주 천천히
눈이 깔아놓은 구들장 속으로 허리를 들이밀었을 것이다
아침 해가 떠올라도 자는 척,
게으른 척,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은
밤새 발이 곱은 참새들
발가락에 얼음이 다 풀리지 않았기 때문
참새들이 재재거리며 대숲을 다 빠져나간 뒤에
대숲은 눈을 툭툭 털고
일순간, 벌떡 일어날 것이다
-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현대문학북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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