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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도둑들/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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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3회 작성일 2025-04-18 08:40:4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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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안도현

생각해보면, 딱 한 번이었다
내 열두어 살쯤에 기역자 손전등 들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푸석하고 컴컴해진 초가집 처마 속으로 잽싸게 손을 밀어넣었던 적이 있었다

그날 밤 내 손끝에 닿던 물큰하고 뜨끈한 그것,
그게 잠자던 참새의 팔딱이는 심장이었는지, 깃털속에 접어둔 발가락이었는지, 아니면 깜박이던 곤한 눈꺼풀이거나 진득진득한 눈곱 같은 것이었는지,
어쩔 줄 모르고 화들짝 내 손끝을 세상 밖으로 밀어내던, 그것 때문이었다

나는 사다리 위에서 슬퍼져서 한 발짝 내려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렇다고 허공을 치며 소리내어 엉엉 울지도 못하고, 내 이마 높이에 와 머물던 하늘 한 귀퉁이에서 나 대신 울어주던 별들만 쳐다보았다
정말 별들이 참새같이 까맣게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면서 울던 밤이었다

네 몸 속에 처음 손을 넣어보던 날도 그랬다
나는 오래 흐른 강물이 바다에 닿는 순간 멈칫 하는 때를 생각했고
해가 달의 눈을 가려 지상의 모든 전깃불이 꺼지는 월식의 밤을 생각했지만,
세상 밖에서 너무 많은 것을 만진
내 손끝은, 나는 너를 훔치는 도둑은 아닌가 싶었다
네가 뜨거워진 몸을 뒤척이며 별처럼 슬프게 우는 소리를 내던 그 밤이었다

-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현대문학북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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