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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해와 달/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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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9회 작성일 2025-04-18 08:30:2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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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안도현

이 고개 넘다가
호랑이가 턱 버티고 서서
팔뚝 하나 달라 하면
팔뚝 하나 떼어 주어야지요

저 고개 넘다가
호랑이가 턱 버티고 서서
발목 하나 달라 하면
발목 하나 떼어 주어야지요

하지만 두 눈만은 똑바로 뜨고
오래 오래 바라보아야겠어요
이 고개 넘으면
또 저 고개
해가 지고 나면
어느새 달이 떠올라
이 풍진 세상을 골고루 비추는 것을
내 두 눈 짓물러지도록 바라보아야겠어요​

-  『외롭고 높고 쓸쓸한』(문학동네,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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