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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자전거 체인에 관한 기억/유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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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4회 작성일 2025-04-17 07:45:0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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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체인에 관한 기억/유홍준

 눈이 없는 사람이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에 시선을 둘지 모르는 개가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일찌감치 부모의 눈알을 후벼 먹은 후레자식들이 휘파람을 불며 모여 들었다 제멋대로 각목이 쟁여져 있었다 훔쳐온 자전거가 벌겋게 썩어가고 있었다 개만도 못한 자식들이 자전거 체인을 벗겨 흉기를 만들고 있었다 담배를 돌려 피우며 팔뚝을 지지고 있었다 비린내가 풍겼다 고기는 팔고 비린내만 달고 온 어머니, 돈에도 비린내가 난다 돈에도 비린내가 나 빠지지 않는 사람 냄새에 진절머리를 쳤다 눈 없는 아버지 말없이 듣고 있었다 손목에 체인을 감아쥐고 무엇을 후려치고 싶은 시절이 흘러가고 있었다

- 『喪家에 모인 구두들』(실천문학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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