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학] 며느리밥풀꽃/이윤학
페이지 정보
본문
며느리밥풀꽃/이윤학
내가 집의 그늘이었을 때
저 꽃들은 그늘에서의 추억이었고,
내가 밥 먹으러 들어갔을 때
저 꽃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나간 세월의 쪽문 앞에서,
이 얼굴 붉힌 꽃들은
무더기로 피어
있다
갑자기 쪽문이 젖혀지고
작대기를 들고,
누군가 쫓아나올 것 같다
밥 먹어라, 몇 번 불러주어야
못 이기는 척 들어간 집
하염없이 부스럭거리던, 겨울의 그 많던
씨방들은 어디로 다 사라져버리는 것인가
-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문학과지성사, 1995)
내가 집의 그늘이었을 때
저 꽃들은 그늘에서의 추억이었고,
내가 밥 먹으러 들어갔을 때
저 꽃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나간 세월의 쪽문 앞에서,
이 얼굴 붉힌 꽃들은
무더기로 피어
있다
갑자기 쪽문이 젖혀지고
작대기를 들고,
누군가 쫓아나올 것 같다
밥 먹어라, 몇 번 불러주어야
못 이기는 척 들어간 집
하염없이 부스럭거리던, 겨울의 그 많던
씨방들은 어디로 다 사라져버리는 것인가
-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문학과지성사, 199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