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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학] 바다/이윤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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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6회 작성일 2025-04-14 17:27:4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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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윤학

​모처럼 찾아간 고향집,
겨울 한낮의 집 안은
무덤 속이다

흙탕물 범벅된 옷과 양말들
구석쟁이로 밀어붙이고, 드러눕는다
끌러보지 않은 농민신문들
흰 완장을 두르고,
옷과 양말들 사이에서
튀어나와 있다

마루 위에 주렁주렁 열린 메주에게서
곰팡이가 피어난다!

숨소릴 찌를 듯
콘크리트 바닥을 뚫고 들어갈 듯
거꾸로 매달린 고드름, 고드름, 고드름,
제 살을 깎아먹고 있다

김 뜯으러
질퍽거리는 길을 걸어갔으리라,
다 바다에 갔으리라

  -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문학과지성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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