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수] 비련의 꽃/이태수
페이지 정보
본문
비련의 꽃/이태수
- 능소화
한여름 땡볕에 한사코
담장 타고 기어오르며 피는 꽃
능소화들이 목 뽑은 채 귀를 활짝 연다
오로지 그 님만 하염없이 기다리는
마음의 저 붉은 끈,
그 끈을 끝내 놓지 못하기 때문일까
땅바닥에 떨어지면서까지
귀는 마냥 그대로 열고
담장 너머 발소리에 애간장 태우는 것 같다
기다림이 도를 넘으면 한이 되고
한이 하늘 찌르면 독이 되고 마는 걸까
독이 되어 더 아름다운 저 꽃잎들
그 님이 아니면 그 누구든
저 꽃잎에 손대지 마라
저 꽃을 탐한 손으로 절대 눈 비비지 마라
눈이 멀어도 좋다면
그 손으로 저 꽃을 탐해 보라
그 님이 아니면 그 저주 죄다 떠안게 되리니
- 『따뜻한 적막』(문학세계사, 2016)
- 능소화
한여름 땡볕에 한사코
담장 타고 기어오르며 피는 꽃
능소화들이 목 뽑은 채 귀를 활짝 연다
오로지 그 님만 하염없이 기다리는
마음의 저 붉은 끈,
그 끈을 끝내 놓지 못하기 때문일까
땅바닥에 떨어지면서까지
귀는 마냥 그대로 열고
담장 너머 발소리에 애간장 태우는 것 같다
기다림이 도를 넘으면 한이 되고
한이 하늘 찌르면 독이 되고 마는 걸까
독이 되어 더 아름다운 저 꽃잎들
그 님이 아니면 그 누구든
저 꽃잎에 손대지 마라
저 꽃을 탐한 손으로 절대 눈 비비지 마라
눈이 멀어도 좋다면
그 손으로 저 꽃을 탐해 보라
그 님이 아니면 그 저주 죄다 떠안게 되리니
- 『따뜻한 적막』(문학세계사, 2016)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