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수] 등 굽은 소나무/이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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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굽은 소나무/이태수
산소의 나무들을 바라보면 가슴이 찡하다
푸근한 길들을 빚어 끌어안은
저 등 굽은 소나무
오랜 세월, 비바람 불고 눈보라쳐도
오로지 제 빛깔로만
독야청청 우람한 저 모습
하루에도 몇 번 흐렸다 개였다
흐려지는 사람의 길,
이 미망의 길을
그윽하게 내려다보는 성자 같다
하고 싶은 말을
죄다 안으로 삭여서인지,
바늘처럼 돋아난 진초록의
무성한 잎, 그 입술들
세상이 바뀌고 아무리 달라져도
말 없는 말들만 낮지만 높게 쟁이듯이
등 구부린 채 하늘을 끌어안는 저 나무들
- 『따뜻한 적막』(2016, 문학세계사)
산소의 나무들을 바라보면 가슴이 찡하다
푸근한 길들을 빚어 끌어안은
저 등 굽은 소나무
오랜 세월, 비바람 불고 눈보라쳐도
오로지 제 빛깔로만
독야청청 우람한 저 모습
하루에도 몇 번 흐렸다 개였다
흐려지는 사람의 길,
이 미망의 길을
그윽하게 내려다보는 성자 같다
하고 싶은 말을
죄다 안으로 삭여서인지,
바늘처럼 돋아난 진초록의
무성한 잎, 그 입술들
세상이 바뀌고 아무리 달라져도
말 없는 말들만 낮지만 높게 쟁이듯이
등 구부린 채 하늘을 끌어안는 저 나무들
- 『따뜻한 적막』(2016, 문학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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