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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문상/이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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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5회 작성일 2025-04-14 16:20:4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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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이정록

 입던 옷 그대로 달려와서 미안하네. 얼마나 가슴 아프대? 누워 계신 지 십년 넘었지? 그나저나 오징어는 좋을 거여. 갑작스런 부음에도 먹물 뒤집어쓰고 곧장 장례식에 달려갈 수 있으니께. 몸 안에 늘 검정 옷을 갖추고 있잖여. 목 놓아 울다가 넋이라도 빠져나갈라치면 빨판마다 온갖 설움 움켜잡고 바닷물에 훌훌 헹굴 수도 있으니께 말이여. 내가 참 실없네. 헌데, 누군들 가슴속에 검은 상복 한벌 없겄어? 갈비뼈 석쇠가 새까맣게 타버렸지. 십년이면 간병한 자네나 가신 분이나 빨판은 다 닳은 거여. 훌훌 잘 가실 거여. 한잔 받어.

-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창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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