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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번] 가을​/오탁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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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7회 작성일 2025-04-14 15:45:4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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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오탁번

감나무에서 감잎 뚝뚝 떨어지는 소리
아버지의 두루마기 소매자락에 이는
기러기 날아오는 가을 하늘 더 푸르다

텅 빈 들녘 송장메뚜기 한 마리
간고등어 한 손 든 아버지의 흰고무신코
살진 집짐승 여물 먹는 소리가 정겹다

버들치 헤엄치는 여울목에 빠진 가을달
반짇고리에 놓여있는 은반지의 흰 입술
쥐오줌 자국 난 벽에서 잠자는 씨옥수수

어머니의 가을 옷섶 따스한 저녁연기
호랑나비인 양 가벼운 굴뚝새 한 마리
감잎 뚝뚝 떨어지는 가을이 마냥 깊다

-  『1미터의 사랑』(시와시학사,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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