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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번] 난초 앞에서​/오탁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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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5회 작성일 2025-04-14 15:44:4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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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 앞에서​/오탁번

가을 아침
난초 향 가득하니
먼 하늘 가까이
기러기처럼
쉬엄쉬엄
그대에게 가고 싶어라

넥타이핀과 구두끈도
기러기 부리와 깃털이 된 듯
구름 비껴 날으며
쉬엄쉬엄
그러나
아주 빠르게

숫처녀의
흰 살결
배란기 아낙네의
가뭇한 젖꼭지
문득 피어난
난초꽃

하냥
그리운 마음
더는 못 참고
옷고름
풀어헤치는
나의 여인아

- ​『1미터의 사랑』(시와시학사,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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