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이강산 > 아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1,514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9,261
  • H
  • HOME

 

[이강산] 상강/이강산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13회 작성일 2025-04-14 15:15:35 댓글 0

본문

상강(霜降)/이강산

문짝 달아난 우편함이 속살까지 다 붉다

버스정류장 옆 축대의 나팔꽃은 햇살 한 입씩 베어 물고 넉넉해졌는지 인기척도 없이 시내버스만 기다린다 저들 가운데 누군가는 떠나고 싶지 않아 파랗게 아랫입술 깨물고 있는지도 모른다

발밑에 서릿발 깔리는 줄도 모른 채 버스정류장에서 어머니를 기다렸다 어머니는 오늘 아침 나팔꽃 발치에 나를 내려놓은 시내버스였다 늘 첫차이거나 막차였던 어머니는 어느 곳이든 나팔꽃 앞에서 문을 열어주었다

우편함마냥 공연히 두 눈 다 붉은 아침 10시

뼛속조차 서리 맞은 듯 명치끝이 시리다

- 이강산,『물속의 발자국』(문학과경계, 200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