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산] 상강/이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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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霜降)/이강산
문짝 달아난 우편함이 속살까지 다 붉다
버스정류장 옆 축대의 나팔꽃은 햇살 한 입씩 베어 물고 넉넉해졌는지 인기척도 없이 시내버스만 기다린다 저들 가운데 누군가는 떠나고 싶지 않아 파랗게 아랫입술 깨물고 있는지도 모른다
발밑에 서릿발 깔리는 줄도 모른 채 버스정류장에서 어머니를 기다렸다 어머니는 오늘 아침 나팔꽃 발치에 나를 내려놓은 시내버스였다 늘 첫차이거나 막차였던 어머니는 어느 곳이든 나팔꽃 앞에서 문을 열어주었다
우편함마냥 공연히 두 눈 다 붉은 아침 10시
뼛속조차 서리 맞은 듯 명치끝이 시리다
- 이강산,『물속의 발자국』(문학과경계, 2005)
문짝 달아난 우편함이 속살까지 다 붉다
버스정류장 옆 축대의 나팔꽃은 햇살 한 입씩 베어 물고 넉넉해졌는지 인기척도 없이 시내버스만 기다린다 저들 가운데 누군가는 떠나고 싶지 않아 파랗게 아랫입술 깨물고 있는지도 모른다
발밑에 서릿발 깔리는 줄도 모른 채 버스정류장에서 어머니를 기다렸다 어머니는 오늘 아침 나팔꽃 발치에 나를 내려놓은 시내버스였다 늘 첫차이거나 막차였던 어머니는 어느 곳이든 나팔꽃 앞에서 문을 열어주었다
우편함마냥 공연히 두 눈 다 붉은 아침 10시
뼛속조차 서리 맞은 듯 명치끝이 시리다
- 이강산,『물속의 발자국』(문학과경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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