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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산] 안심사 해우소/이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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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9회 작성일 2025-04-14 15:05: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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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사 해우소(解憂所)/이강산

태풍의 변두리에서 무릎까지 젖는 날이었습니다 마음의 옹이 하나 빼내어보리라 작정하고 길 따라 굽혔다 펴지는 사이 그만 안심사였습니다

적멸보궁 추녀 아래 비를 피하면 숲으로 젖고 숲을 비끼면 낙숫물에 파묻히다가 어둑어둑 찾아가는 해우소

접시에 결가부좌를 한 촛불 두 개, 면벽이었습니다 저 둘이 눈 감고 풀어내는 게 불빛인지 어둠인지 우두망찰하는 그 새 촛불 저편 쪽문으로 스르르 여승이 흘러갔습니다 어둠 한 자락이 해우解憂한 듯 펄럭, 따라갔습니다 나는 뒤꿈치로 온몸 받쳐 들고 쪽문 밖으로 나섰습니다

문 밖엔 젖은 숲, 어둠이 또렷해지고 있었습니다

- 이강산,『물속의 발자국』(문학과경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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