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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산] 그물/이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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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1회 작성일 2025-04-14 15:03:5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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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이강산

역 앞 중동 골목은 고군산열도다

수도여인숙 원앙여인숙 부자연인숙 이쁜이집
섬과 섬 사이 그물 촘촘하다
그물 하나 내 아가미를 휘어잡는다

- 아저씨, 2만원이야. 이쁜 애들 있어.

어머니보다 늙은, 뼈만 남은 그물이다
저 그물 하나로 일생 한 우물만 팠으니
사막 같은 생의 어디를 찔러도 바닷물이 솟겠다

- 쉬었다 가. 들어와 보고나 가.

지폐 두장이면 누구라도 닻을 내리는 고군산열도,
아저씨도 이쁜 애들도 섬조차도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그물이 있다

- 『모항』(실천문학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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