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우] 고래의 눈물/이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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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눈물/이면우
땅으로 올라온 고래가 바다로 되돌아간 까닭은 채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물속에서 한껏 숨을 참아내는 힘은 수염고래 무성한 수염개수만큼의 세월로 짐작될 뿐이다
다른 별에서 보면 지구는 초록 수구水球, 정말 숨 막히는 기적은 거대한 고래가 물속을 새처럼 둥글게 날며 별 한 바퀴 삥 돌고 때론 물구나무서서 묵직한 고리로 탕 타앙 탕, 수평선 치며 놀다 생각났다는 듯 솟구쳐 분수처럼 숨 뿜어내는 일이다
그러니까 고래는 바다 속 파이프오르간, 그걸 듣는 귀를 가진 사람들이 고래처럼 만든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닌다
저도 돌며 또 태양 둘레를 도는 초록별 움찔 멈춰 선 201404160850, 북위 34.2181° 동경 125.95° 거기, 가라앉은 배 벽 두들기고 또 두들기던 사람들 304명, 두 팔이 지느러미로 변할 때까지 숨 참고 또 참아야 했다 수염고래 무심한 수염개수만큼의 세월이 단박에, 한꺼번에 그 바다를 뚫고 지나갔다 그 다음,
그들은 모두 고래가 되어 깊은 바다로 헤엄쳐 갔다
- 이면우, 『십일월을 만지다』(작은숲출판사, 2016)
땅으로 올라온 고래가 바다로 되돌아간 까닭은 채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물속에서 한껏 숨을 참아내는 힘은 수염고래 무성한 수염개수만큼의 세월로 짐작될 뿐이다
다른 별에서 보면 지구는 초록 수구水球, 정말 숨 막히는 기적은 거대한 고래가 물속을 새처럼 둥글게 날며 별 한 바퀴 삥 돌고 때론 물구나무서서 묵직한 고리로 탕 타앙 탕, 수평선 치며 놀다 생각났다는 듯 솟구쳐 분수처럼 숨 뿜어내는 일이다
그러니까 고래는 바다 속 파이프오르간, 그걸 듣는 귀를 가진 사람들이 고래처럼 만든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닌다
저도 돌며 또 태양 둘레를 도는 초록별 움찔 멈춰 선 201404160850, 북위 34.2181° 동경 125.95° 거기, 가라앉은 배 벽 두들기고 또 두들기던 사람들 304명, 두 팔이 지느러미로 변할 때까지 숨 참고 또 참아야 했다 수염고래 무심한 수염개수만큼의 세월이 단박에, 한꺼번에 그 바다를 뚫고 지나갔다 그 다음,
그들은 모두 고래가 되어 깊은 바다로 헤엄쳐 갔다
- 이면우, 『십일월을 만지다』(작은숲출판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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