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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우] 노천 시장/이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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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2회 작성일 2025-04-14 13:31:5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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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 시장/이면우

나무 되고 싶은 날은
저녁 숲처럼 술렁이는 노천 시장 간다
거기 나무 되어 서성대는 이들 많다
팔 길게 가지 뻗어 좌판 할머니 귤탑 쓰러뜨리고
젊은 아저씨 얼음 풀린 동태도 꿰어 올리는
노천 시장에선 구겨진 천 원권도 한몫이다 그리고
사람이 내민 손 다른 사람이 잡아 주는 곳
깎아아, 말아라, 에잇 덤이다
생을 서로 팽팽히 당겨 주는 일은, 저녁 숲
바람에 언뜻 포개지는 나무 그림자 닮았다
새들이 입에서 튀어나와 지저귀고 포르르릉 날다가
장바구니에, 검정 비닐봉지처럼 깃들면
가지 끝에 매달고 총총 돌아오는 길
사람의 그림자, 나무처럼 길다.

-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창작과비평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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