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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형] 10월/이종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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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5회 작성일 2025-04-13 07:29:2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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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종형

이 좋은 햇볕 그냥 보내면 죄짓는 거다
어렸을 적 외할머니가 하신 말씀

뒤란 장독대 반짝거리게 닦아놓고도 햇살은 남아
누렇게 변색된 격자 창호문에 새 창호지 바르는 날
밀가루 풀을 몰래 손가락으로 찍어 먹다 혼나던 날
긴 겨울밤을 위해 문풍지를 길게 남겨둬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된 날

흰 창호문은 결 좋은 햇살에 말라가고
첫눈이 내리려면 몇 밤이 남았는지 헤아리듯
손가락으로 톡톡 퉁기면
동동 작은북소리 울리던 날

아무것도 한 일 없어 죄짓다 말고
문득,
당신 생각에 눈시울 붉어지는 오늘 같은 날

 -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삶창,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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