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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손/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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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3회 작성일 2025-04-12 19:36:0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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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재무

새삼 두 손을 번갈아 바라본다
참 죄가 많은 손이다
여자 손처럼 앙증맞은 이 손으로 나는
얼마나 큰 죄를 저질러왔던가
불의 한 손과 악수를 나누고 치솟는 분노로
병을 깨고 멱살을 잡고, 음흉하게 돈을 세고
거래를 위해 술잔을 잡고
쾌락을 위해 성기를 잡고, 잡아왔던가
왼손이 한 일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오른손이
물끄러미 내 얼굴을 바라다본다
펼친 손에는 내가 걸어온 크고 작은 길들이
지울 수 없는 금으로 새겨져 있다
손을 잘라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손 없이 사람을 만나 뜨겁게 포옹하고
사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  『데스벨리에서 죽다』(천년의시작,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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