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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백련사 동백꽃/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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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2회 작성일 2025-04-12 19:27:3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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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 동백꽃/이재무

동백나무들은 障碍樹였다
암병동 환자처럼 하나같이 괴롭고 불편한 육신들
성긴 가지끼리 깍지를 껴,
서늘한 그늘 드리우고
임종 직전 꾸역꾸역 환자가 토해내던 피
뭉클뭉클 붉게 피우고 있는 꽃숭어리들,
지병 안고 사는 자들의 소리 죽인 통곡으로
체한 듯 속이 먹먹하다
추(醜)가 만든 미(美), 추사 김정희의 서체를 닮은,
백련사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
봉해놓은 과거의 매듭 풀리고 방 안 가득
질펀하게 울음 쏟아붓는,
파란만장 시절의 곡절들.
귀양에서 풀려나 다시 몸과 마음 꽁꽁 묶어오는 것들
지독히 불운한 인연들,
아름다운 사랑은 모두 속붉은 병이었다

- 『저녁 6시』(창비,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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