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무] 민박/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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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박/이재무
내 생은 민박이었다
뜨내기 생들이 잠시 유숙하는 곳,
정(情)은 넝마와도 같은 것
미련이며 집착은 땀 흘린 등에
달라붙는 넌닝구처럼 갈 길에 불편할 뿐이다
사방 벽면에 누군가 남긴 얼룩과 낙서
읽으며 짐을 풀고 묶었다
새로운 풍경은 낯이 익기도 전에 진부해졌다
사연이 많은 여인과의 사랑은 아프고
절실했으나 맥주거품처럼 곧 시들해졌다
세상은 가도, 가도 바가지요금이더라
외상은 허용되지 않고, 집요하게 주소지를
따라다니는 고지서들,
투명한 피부를 가진 생의 장기투숙자들이
나는 부러웠다 마음이 정주할 집 한 채
평생 나는 짓지 못할 것이다
뜨거운 유목의 피, 불안한 영혼
인상적인 마을에서 나는 기록에 대한 강렬한
충동에 시달렸으나 이내
생각을 지워버렸다 마음의 골방에
알량한 허세와 자존의 족보책 한 권
구겨 넣고 오늘도 몸이 쉴 곳을 찾아 떠돈다
- 『푸른 고집』(천년의시작, 2004)
내 생은 민박이었다
뜨내기 생들이 잠시 유숙하는 곳,
정(情)은 넝마와도 같은 것
미련이며 집착은 땀 흘린 등에
달라붙는 넌닝구처럼 갈 길에 불편할 뿐이다
사방 벽면에 누군가 남긴 얼룩과 낙서
읽으며 짐을 풀고 묶었다
새로운 풍경은 낯이 익기도 전에 진부해졌다
사연이 많은 여인과의 사랑은 아프고
절실했으나 맥주거품처럼 곧 시들해졌다
세상은 가도, 가도 바가지요금이더라
외상은 허용되지 않고, 집요하게 주소지를
따라다니는 고지서들,
투명한 피부를 가진 생의 장기투숙자들이
나는 부러웠다 마음이 정주할 집 한 채
평생 나는 짓지 못할 것이다
뜨거운 유목의 피, 불안한 영혼
인상적인 마을에서 나는 기록에 대한 강렬한
충동에 시달렸으나 이내
생각을 지워버렸다 마음의 골방에
알량한 허세와 자존의 족보책 한 권
구겨 넣고 오늘도 몸이 쉴 곳을 찾아 떠돈다
- 『푸른 고집』(천년의시작,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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