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석] 미시령을 밤에 넘다/이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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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령을 밤에 넘다/이하석
한껏 줄인 속도에 도리어 맘 졸이는
어둠으로 질척해진 외길을 인식하는 절벽 타기.
그렇게 설악의 숨을 죽이는 밤.
새로 난 터널로 곧장 지나가도 될 걸
누구나 꺼리는 까마득한 높이를 굳이 한밤중에 넘어가면
후회와 주저와 막무가내의 꿈만 내내 짚어진다.
사랑 때문이라면 이마저도 괜찮겠지.
서울 간 딸네 혹여 찾아올까 봐 문 열어둔, 고개 끝 할머니의 외딴집처럼
사랑의 생각들은 늘, 이렇듯 가파르게,
외길로만 맞으려든다.
오를 대로 오른 다음의 허공에 기대
쉬 내려가지 못하는 바위 마음을
어둠속에서 잠들지 않고 꼭, 꼭, 내다보는
꽃들의 말간 시선들.
- 『연애 間』(문학과지성사, 2015)
한껏 줄인 속도에 도리어 맘 졸이는
어둠으로 질척해진 외길을 인식하는 절벽 타기.
그렇게 설악의 숨을 죽이는 밤.
새로 난 터널로 곧장 지나가도 될 걸
누구나 꺼리는 까마득한 높이를 굳이 한밤중에 넘어가면
후회와 주저와 막무가내의 꿈만 내내 짚어진다.
사랑 때문이라면 이마저도 괜찮겠지.
서울 간 딸네 혹여 찾아올까 봐 문 열어둔, 고개 끝 할머니의 외딴집처럼
사랑의 생각들은 늘, 이렇듯 가파르게,
외길로만 맞으려든다.
오를 대로 오른 다음의 허공에 기대
쉬 내려가지 못하는 바위 마음을
어둠속에서 잠들지 않고 꼭, 꼭, 내다보는
꽃들의 말간 시선들.
- 『연애 間』(문학과지성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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