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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청] 산수유가 있는 새벽/이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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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6회 작성일 2025-04-12 13:45:5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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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가 있는 새벽/이건청

저 새를 따라가면
아버지를 보리라.
해 저물어 잎도 가지도 지워진
참나무 숲을 지나고,
불 꺼진 절간을 스쳐갈 때쯤
풍경 소리에 섞여 내리는
눈발도 보리라.

늦은 아버지 음성이
장지문을 건너와
늦도록 꿈결을 스치다 잦아들면
어린 날의 꿈자락엔 산수유 노란 꽃이
무리져 피어나곤 했었다.

……이제, 귀도 눈도 어두워진
이순의 아들이
불면의 밤을 지내고 아침
창을 열면
산수유 늙은 가지가
말라붙은 산수유 열매들을
매달고 있는 게 보인다.

- 『푸른 말들에 관한 기억』(세계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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