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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학] 검정 고무신/안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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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9회 작성일 2025-04-12 13:27: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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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고무신/안상학
 - 권정생 선생님께

살아가기 막막한 날이면
선생님 집 섬돌을 생각합니다.
죽고 싶은 날이면
섬돌 위에 놓인 검정 고무신을 생각합니다.
질긴 인생을 함께 걸어온
그 고무신 한 켤레를 생각합니다.
그래도 앞이 캄캄한 날이면
섬돌 옆 털이 북실한 두데기를 생각합니다.
눈 오는 날 밤새도록 고무신을 품고 있는
그 강아지의 마음을 생각합니다. 문득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그런 날이면
그 고무신을 훔치고 싶습니다. 도둑고양이처럼
밤늦게 조탑동 외딴집으로 스며들고 싶습니다. 눈 내려
도둑고양이 같은 내 발자국 묻힌 길을
고무신 발자국 남기며 돌아오고 싶습니다.

 - 『안동소주』(실천문학사,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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