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풍경의 뼈/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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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뼈/이병률
단양역 지나
단성역 네 평 대합실에는
온실에 들어선 것처럼 국화 화분이 많습니다
정중앙에 탁구대도 있고
연못도 있고
역기도 있고
자전거도 들여다놓고
잉꼬도 두 쌍
늙은 쥐도 두 쌍
물고기도 두 쌍
살아 있는 것들은 다 짝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上行 두 편
下行 한 편
열차시간표 빈칸에는 적요만 도착합니다
물 끓는 난로 옆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역무원 두 사람이
희끗희끗 내리는 눈송이에 고개를 돌리고 있다는 사실도
이 속절없는 풍경 안에 넣어야 할까요
-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문학동네, 2003)
단양역 지나
단성역 네 평 대합실에는
온실에 들어선 것처럼 국화 화분이 많습니다
정중앙에 탁구대도 있고
연못도 있고
역기도 있고
자전거도 들여다놓고
잉꼬도 두 쌍
늙은 쥐도 두 쌍
물고기도 두 쌍
살아 있는 것들은 다 짝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上行 두 편
下行 한 편
열차시간표 빈칸에는 적요만 도착합니다
물 끓는 난로 옆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역무원 두 사람이
희끗희끗 내리는 눈송이에 고개를 돌리고 있다는 사실도
이 속절없는 풍경 안에 넣어야 할까요
-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문학동네,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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