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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붉은풍금새/이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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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0회 작성일 2025-04-10 21:27:4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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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풍금새/이정록

누나하고 부르면
내 가슴속에
붉은풍금새 한 마리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올린다

풍금 뚜껑을 열자
건반이 하나도 없다

칠흑의 나무 궤짝에
나물 뜯던 부엌칼과
생솔 아궁이와 동화전자주식회사
야근부에 찍던 목도장,
그 붉은 눈알이 떠 있다
언 걸레를 비틀던
곱은 손가락이
무너진 건반으로 쌓여 있다

누나하고 부르면
내 가슴속, 사방공사를 마친 겨울산에서
붉은 새 한 마리
풍금을 이고 내려온다

- 『제비꽃 여인숙』(민음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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