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탁번] 애기똥풀/오탁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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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똥풀/오탁번
1
개구리밥 자라는 둠벙가에서
눈 깜박이며 살레살레 고개젓는
애기똥풀의 가녀린 꽃잎 위로
문득 떠오르는
진외육촌 누나의 얼굴이여
아직 눈도 못 뜬 내 사타구니에
새끼 자라의 연한 살결 간지럼 태우며
애기똥풀 柑黃빛 꽃물 발라 주던
누나의 눈웃음이
봉숭아물 곱게 든 손톱만큼 예뻤다
둠벙도 먼 강물도 꿈꾸지 못하는 나에게
누룽지처럼 맛있는
추억의 한 페이지를 마련해주고 떠난
누나여
2
새끼 자라가 눈을 뜨고 둠벙에서 나와
흐린 강물 헤엄치며 불러보아도
이젠 영영 보이지 않는
땀방울 송송 맺히던
진외육촌 누나의 얼굴이여
간장 종지만한 젖가슴도
쥐이빨 옥수수 같은 앞니도
세상의 강물 속으로 다 사라져 버렸다
추억의 빈 공책 빛바랜 페이지에서
옹알옹알 속삭이며
그때 그 어린 눈망울로
내 사타구니의 다 큰 자라가 미운 듯
말똥말똥 눈 흘기는 애기똥풀이여
누나여
- 『1미터의 사랑』(시와시학사, 1999)
1
개구리밥 자라는 둠벙가에서
눈 깜박이며 살레살레 고개젓는
애기똥풀의 가녀린 꽃잎 위로
문득 떠오르는
진외육촌 누나의 얼굴이여
아직 눈도 못 뜬 내 사타구니에
새끼 자라의 연한 살결 간지럼 태우며
애기똥풀 柑黃빛 꽃물 발라 주던
누나의 눈웃음이
봉숭아물 곱게 든 손톱만큼 예뻤다
둠벙도 먼 강물도 꿈꾸지 못하는 나에게
누룽지처럼 맛있는
추억의 한 페이지를 마련해주고 떠난
누나여
2
새끼 자라가 눈을 뜨고 둠벙에서 나와
흐린 강물 헤엄치며 불러보아도
이젠 영영 보이지 않는
땀방울 송송 맺히던
진외육촌 누나의 얼굴이여
간장 종지만한 젖가슴도
쥐이빨 옥수수 같은 앞니도
세상의 강물 속으로 다 사라져 버렸다
추억의 빈 공책 빛바랜 페이지에서
옹알옹알 속삭이며
그때 그 어린 눈망울로
내 사타구니의 다 큰 자라가 미운 듯
말똥말똥 눈 흘기는 애기똥풀이여
누나여
- 『1미터의 사랑』(시와시학사,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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