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선] 내 안에 산이/이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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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산이/이성선
산을 가다가 물을 마시려고
샘물 앞에 엎드리니
물 속에 능선 하나
나뭇가지처럼 빠져 있다
물 마시고 일어서자
능선은 물 속에도 하늘에도 없다
집에 돌아와 자는데
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들여다보니
내장까지 흘러들어간 능선에서
막 달이 솟는 소리
그때부터다
내 골짜기 새 울고 천둥치고
소나무 위 번개 자고 밤에 짐승 걷고
노루귀꽃 고개 들어 가랑잎 안에 해가 뜬다
내 안에 산이 걸어간다
-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세계사, 2000)
산을 가다가 물을 마시려고
샘물 앞에 엎드리니
물 속에 능선 하나
나뭇가지처럼 빠져 있다
물 마시고 일어서자
능선은 물 속에도 하늘에도 없다
집에 돌아와 자는데
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들여다보니
내장까지 흘러들어간 능선에서
막 달이 솟는 소리
그때부터다
내 골짜기 새 울고 천둥치고
소나무 위 번개 자고 밤에 짐승 걷고
노루귀꽃 고개 들어 가랑잎 안에 해가 뜬다
내 안에 산이 걸어간다
-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세계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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