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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 풀의 환갑/이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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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7회 작성일 2025-04-08 10:09:3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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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의 환갑/이동순

그토록 등등하던
풀들의 기세가 다 어딜 갔나
더러는 누렇게 말라가고
또 더러는 돋은 채로 그냥 오그라든다

세상의 모든 초록들이 갈색으로 바뀌는 밤
내가 잠든 틈에 서리까지 내렸다

밭고랑에 쪼그려 앉아 온종일 낫질에 여념이 없는데
반룡사 노장 스님이 등뒤에 와서
풀도 이젠 환갑이 넘어
낫질하기가 한결 수월하지라고 중얼거린다

풀의 환갑이라……
나는 잠시 일손을 멈추고
환갑이 지난 들판을 물끄러미 본다

연보랏빛 구절초들이
풀의 환갑 상을 조촐히 꾸미고 있다

 - 이동순,『가시 연꽃』(창작과비평사,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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