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순] 대나무를 태우다/이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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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를 태우다/이동순
집 뒤꼍
대나무가 욱어서
낫으로 쪄둔 것이 말랐다
제법 굵은 대를
내년 고추받침으로 쓰려고 잔가지를 쳐내니
쓰레기가 한 짐
담 밑 벽오동 옆에 가서 태우는데
대나무가 불타며 내는
때아닌 방포 소리가 온 동네에 요란하다
잔뜩 겁먹은 삽살개가
마루 밑으로 들어가 꼼짝을 않는다
개야 두려워 마라
조용한 집에 이 정도 소리라도 나야
숨었던 귀신이 달아나지
불타는 대나무를 물끄러미 보고 있는데
타서 하늘로 올라간 대나무 잎이
어깨 위로 팔랑팔랑
- 이동순,『아름다운 순간』(문학사상사, 2002)
집 뒤꼍
대나무가 욱어서
낫으로 쪄둔 것이 말랐다
제법 굵은 대를
내년 고추받침으로 쓰려고 잔가지를 쳐내니
쓰레기가 한 짐
담 밑 벽오동 옆에 가서 태우는데
대나무가 불타며 내는
때아닌 방포 소리가 온 동네에 요란하다
잔뜩 겁먹은 삽살개가
마루 밑으로 들어가 꼼짝을 않는다
개야 두려워 마라
조용한 집에 이 정도 소리라도 나야
숨었던 귀신이 달아나지
불타는 대나무를 물끄러미 보고 있는데
타서 하늘로 올라간 대나무 잎이
어깨 위로 팔랑팔랑
- 이동순,『아름다운 순간』(문학사상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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